[키워드로 세상읽기] 조란 맘다니와 민주사회주의
지난 11월 4일에 치러진 선거는 트럼프 대통령 2기 행정부의 정책과 통치 스타일에 대한 첫 번째 ‘조기 심판’이었다. 이 선거는 또한 미국 사회를 관통하는 근본적인 이데올로기적 대립 구도를 명확히 드러낸 중대한 분기점이었다.
민주당은 뉴욕 시장, 버지니아 주지사, 뉴저지 주지사 등 3대 주요 격전지에서 모두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과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운동에 뼈아픈 타격을 입혔다. 그러나 이 승리는 단순한 ‘반 트럼프’ 정서가 아니라, 유권자들이 특정 이데올로기를 거부함과 동시에 구체적인 ‘대안’을 적극적으로 선택했음을 보여주었다.
이번 선거의 가장 상징적인 사건은 34세의 무슬림 이민자인 조란 맘다니(Zohran Mamdani)가 뉴욕시 111대 시장에 당선된 것이다. 그는 뉴욕 역사상 최초의 무슬림 시장이자 인도계 시장이며, 100여 년 만의 최연소 당선자라는 기록을 세웠다. 맘다니의 당선은 월스트리트 억만장자들과 기성 정치권의 막대한 자금력 지원을 받은 앤드류 쿠오모 등 거물 정치인들에 맞선 ‘풀뿌리 운동의 승리’였다.
스스로를 ‘민주사회주의자’로 규정한 맘다니는, 추상적인 이념 대신 뉴욕 시민의 ‘감당하기 힘든 생활비(unaffordable)’ 문제를 캠페인의 중심에 두었다. 그의 핵심 공약들은 1930년대 이래 ‘가장 공격적인 아젠다’로 평가받았다. 구체적으로는 아파트 거주자들의 임대료 동결, 연간 7억 달러로 추산되는 시내버스 요금 전면 무료화, 그리고 가장 급진적인 정책인 시정부가 직접 운영하는 ‘시영 식료품점’ 도입이 포함됐다. 그는 이 모든 재원을 연 소득 100만 달러 이상 고소득자에 대한 세금 인상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맘다니가 주장하는 민주사회주의(Democratic Socialism)는 독재나 혁명이 아닌 선거나 투표 등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자본주의를 극복하고 사회주의 경제 체제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이념이다.
이는 현재 북유럽에서 시행되고 있는 이념, 즉 자본주의 시장 경제를 인정하고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불평등을 해소하고 복지 국가를 건설하려는 사회민주주의(Social Democracy)와 또다른 개념이다.
맘다니의 다문화적 정체성과 급진적 포용성은 MAGA의 백인 민족주의 및 반이민 정서에 대한 완벽한 ‘안티테제(Antithesis)’로 작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맘다니를 ‘100% 공산주의자’라고 맹비난하며 뉴욕시에 대한 연방 기금을 주지 않겠다고 위협했다. 그러나 맘다니가 이끌어낸 200만 표가 넘는 기록적인 투표율은 유권자들이 MAGA의 가부장적 권위를 거부하고, 그와 정반대되는 대안을 선택했음을 의미한다. 트럼프와 맘다니의 대결이 어디까지 파장이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재호(유튜브 ‘굿모닝 바이블 잉글리쉬’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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