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세상 읽기] 화폐 혁명: 스테이블 코인
돈은 곧 생존이다. 인간의 의식주가 그 종이조각에 달려 있다.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발명품인 그 화폐가 지금 거대한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 바야흐로 ‘화폐 혁명’의 시대다.
변화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최근 연세대학교 총동문회는 동문회비를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으로 받겠다고 공표했다. 해외 동문들의 송금 편의를 위해서라지만, 그 안에 담긴 상징성은 가볍지 않다. 머지않아 교회 주보에는 헌금을 위한 전자지갑 주소(QR코드)가 찍히고, 선교지로 보내는 후원금이 3초 만에 코인으로 전송되는 장면은 일상이 될 것이다.
이 혁명의 중심에 ‘스테이블 코인’이 있다. 말 그대로 가치가 안정적인 코인이다. 테더(USDT)나 서클(USDC)처럼 1코인이 1달러와 연동된다. 비트코인처럼 가격이 널뛰지 않으니 화폐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다.
흥미로운 점은 이를 바라보는 미국의 시선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규제의 대상이자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던 스테이블 코인이 갑자기 ‘애국자’ 대접을 받고 있다. 코인 발행사들이 막대한 규모의 국채를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테더사가 보유한 미국 국채는 이미 독일의 보유량을 넘어섰다.
이러한 시선의 변화에는 미 중 패권 전쟁의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다. 시진핑 집권 이후 중국은 미국 국채 매입을 중단했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은 빚(국채)을 내서 돈을 찍고, 다른 나라가 그 빚을 사주며 경제를 돌리는 구조다. 그런데 ‘큰손’인 중국이 지갑을 닫아버리니 미국 입장에서는 난감한 노릇이었다.
그 빈자리를 메우기 시작한 것이 바로 스테이블 코인이다. 전 세계 투자자들, 심지어 자국의 자본 통제를 피하려는 중국의 개인들이 스테이블 코인을 사들이고, 발행사는 그 돈으로 다시 국채를 매입한다. 중국 정부가 거부한 미 국채를 중국 인민들이 코인을 통해 우회적으로 사주는 형태이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인류는 일찍이 “돈은 곧 장부(Ledger)”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블록체인은 이 장부를 전 세계가 공유하는 기술이다. 자국 화폐가 휴지 조각이나 다름없는 아르헨티나나 베네수엘라, 금융 인프라가 열악한 아프리카에서 스테이블 코인은 생존 수단이다. 월급을 코인으로 받고, 코인 데빗카드로 빵을 산다. 달러 패권이 ‘디지털’이라는 옷을 입고 전 지구적으로 확장되고 있다.
트럼프가 서명한 ‘지니어스(Genius) 법안’은 이 흐름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달러의 지배력을 새롭게 강화하려는 전략이다. 인공지능(AI)이 산업을 재편한다면, 스테이블 코인은 금융의 혈관을 교체하고 있다. 천문학적인 빚을 갚고 새로운 미국을 견인해 갈 강력한 ‘쌍두마차’인 셈이다.
세상은 숨 가쁘게 변한다. AI를 따라가기도 벅찬데 암호화폐까지 이해해야 하느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그러나 흐름을 읽지 못하면 도태되는 것이 냉혹한 현실이다. 낡은 지갑을 고집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흐름에 올라탈 것인가.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이재호(유튜브 ‘굿모닝 바이블 잉글리쉬’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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